가을은 한 해 동안 기른 곡식과 열매를 거두는 계절이에요.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에는 추수를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가을 명절이 있어요. 오늘은 여행 수첩을 펼치고 여러 나라의 가을 축제를 찾아가 봐요. 비행기 표는 필요 없어요. 수첩을 한 쪽씩 넘길 때마다 다른 나라에 도착한다고 상상하면서 따라와 보세요. 어느 나라의 명절이 가장 가 보고 싶은지도 골라 보고요.
첫째 쪽: 우리나라 추석
먼저 우리나라의 추석이에요.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한가위라고도 불러요. '한가위'에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여름과 겨울 사이, 가을 한가운데에 있는 날이지요. 음력은 달의 모양을 따라 날짜를 세는 달력인데, 「달은 왜 모양이 바뀔까?」에서 더 알아봐요.
추석에는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과 음식을 차려 조상께 차례를 지내요.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풀을 베고 인사를 드리는 성묘도 해요. 밤에는 둥근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지요. 옛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강강술래를 하고 씨름을 즐기기도 했어요.
강강술래는 보름달 아래에서 여럿이 손을 잡고 둥글게 돌며 노래하고 춤추는 놀이예요. 2009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었어요. 송편은 반달 모양으로 빚는데, 반달은 앞으로 점점 차올라 보름달이 될 달이라서 앞날이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솔잎을 깔고 쪄서 은은한 솔 향이 배고, 이름의 '송'도 소나무 송(松) 자예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옛말이 있어요. 먹을 것이 넉넉하고 날씨도 선선한 한가위처럼 날마다 풍성하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그만큼 추석은 옛사람들에게 한 해 가운데 가장 넉넉하고 즐거운 날이었지요.
추석은 아주 오래된 명절이에요. 고려 때 쓰인 역사책 『삼국사기』에는 신라 사람들이 한가위 무렵 길쌈 솜씨를 겨룬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여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한 달 동안 옷감을 짜고, 8월 15일에 누가 더 많이 짰는지 견주었대요. 진 편은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고, 모두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다고 해요. 이 모임을 '가배'라고 불렀는데, 오늘날의 '가위'라는 말이 여기서 왔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요.
요즘의 추석 모습은 옛날과 조금 달라졌어요. 사흘 동안의 연휴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고속도로가 꽉 막히기도 하고, 멀리 사는 가족과 영상 통화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지요. 차례 음식을 간소하게 차리는 집도 늘었어요. 모습은 달라져도 가족이 함께 한 해의 넉넉함을 나눈다는 뜻은 그대로예요.
둘째 쪽: 중국 중추절
바다 건너 중국에도 같은 날 명절이 있어요. 음력 8월 15일, 중추절이에요.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니, 이름부터 우리 한가위와 닮았지요.
중추절에는 가족이 모여 둥근 달을 바라보며 월병을 나누어 먹어요. 월병은 둥근 모양의 과자인데, 속에 팥소나 견과류, 달걀노른자 같은 것을 넣어요. 둥근 달과 둥근 월병은 가족이 둥글게 모여 하나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중추절 무렵이면 가게마다 화려한 상자에 담긴 월병이 가득 쌓이고, 사람들은 가까운 이들에게 월병을 선물하며 인사를 나눠요. 곳곳에서 예쁜 등불을 밝히기도 해요.
중추절에는 달에 얽힌 전설도 전해 와요. 옛날에 항아라는 여인이 먹으면 하늘로 오르는 약을 먹고 달로 날아가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예요. 달에는 항아와 함께 옥토끼가 산다고 믿었대요. 우리나라에서도 달에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이야기해 왔으니, 달을 보며 떠올린 상상이 서로 닮았지요. 중국은 2000년대에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리면서 이름을 '창어', 곧 항아라고 붙이기도 했어요.
셋째 쪽: 일본의 달맞이
일본에서는 음력 8월 15일 무렵의 밤에 달을 감상하는 풍습이 있어요. 창가나 마루에 억새를 꽂고, 동그랗고 하얀 경단을 쌓아 올려 달에게 바쳐요. 억새는 벼 이삭을 닮아서, 풍성한 추수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해요. 가족이 함께 조용히 달을 올려다보는 밤이지요.
이 풍습을 일본말로 '오쓰키미'라고 하고, 달에게 바치는 경단은 '쓰키미 단고'라고 불러요. 경단을 피라미드처럼 쌓아 올리는 집도 있지요. 달에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는 일본에도 있어서, 가을이 되면 가게마다 토끼와 달 그림이 들어간 과자가 나와요. 요란한 잔치보다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즐기는 날에 가까워요.
넷째 쪽: 베트남, 어린이들의 중추절
베트남에도 음력 8월 15일에 중추절이 있어요. 베트남의 중추절은 특히 어린이들의 명절로 사랑받아요. 아이들은 별 모양이나 물고기 모양 같은 알록달록한 등불을 들고 밤거리를 줄지어 걸어요. 북소리에 맞춰 사자탈을 쓰고 춤을 추는 사자춤도 볼 수 있지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월병과 과일, 장난감을 선물해요. 농사일로 바빴던 부모님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기도 해요. 같은 날, 같은 달을 보면서도 나라마다 즐기는 방법이 이렇게 다르답니다.
다섯째 쪽: 미국과 캐나다의 추수 감사절
이번에는 태평양을 건너 볼까요? 미국에는 추수 감사절이 있어요. 해마다 11월 넷째 목요일이에요. 날짜를 음력이 아니라 요일로 정한 것이 재미있지요.
추수 감사절에는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여 큰 식탁에 둘러앉아요. 커다란 칠면조 구이, 으깬 감자, 옥수수, 호박 파이 같은 음식을 먹으며 한 해 동안 고마웠던 일을 서로 이야기해요. 이웃 나라 캐나다에도 추수 감사절이 있는데, 캐나다는 날씨가 더 일찍 추워져서 10월 둘째 월요일에 지내요.
미국의 추수 감사절은 1621년 가을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져요. 배를 타고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낯선 땅에서 힘든 겨울을 보냈어요. 그곳에 원래 살던 원주민들이 옥수수 기르는 법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준 덕분에, 이듬해 가을 첫 수확을 거둘 수 있었지요. 사람들은 그 기쁨을 나누려고 함께 음식을 먹었다고 해요. 그래서 추수 감사절에는 옥수수와 호박처럼 아메리카 땅에서 나는 음식이 식탁에 올라요.
미국에는 추수 감사절 무렵 재미있는 행사도 있어요. 대통령이 칠면조 한 마리를 '용서'해 주어, 식탁에 오르지 않고 농장에서 편히 살게 해 주는 행사예요. 추수 감사절 날에는 커다란 풍선 인형들이 도시를 행진하는 퍼레이드도 열려요.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들뜨는 날이지요.
여섯째 쪽: 유럽의 추수 감사 축제
유럽에도 추수를 기뻐하는 날이 있어요. 독일에서는 가을에 교회와 마을이 곡식 이삭과 과일, 채소로 제단과 거리를 꾸미고 감사 예배를 드려요. 밀 이삭을 엮어 커다란 왕관 모양 장식을 만들기도 하지요. 영국의 학교와 교회에서는 가을에 추수 축제를 열고, 사람들이 가져온 음식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기도 해요.
유럽의 가을 축제에는 포도 수확을 기뻐하는 축제도 많아요. 포도가 익는 가을이면 포도밭이 많은 마을마다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갓 딴 포도로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어요. 곡식이든 과일이든, 한 해 동안 땀 흘려 기른 것을 거두는 기쁨은 어느 곳에서나 축제가 된답니다.
일곱째 쪽: 오두막에서 지내는 초막절
유대 사람들에게는 가을에 초막절이라는 명절이 있어요. 이 명절 동안에는 마당이나 베란다에 나뭇가지와 잎으로 지붕을 덮은 작은 오두막을 짓고, 그 안에서 밥을 먹거나 잠을 자기도 해요. 지붕 사이로 하늘의 별이 보일 만큼 성글게 덮는 것이 특징이에요.
오두막을 짓는 까닭은 조상들이 옛날 광야를 떠돌며 임시로 지은 집에서 살았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예요. 거두어들인 곡식과 과일에 감사하는 추수 축제이기도 하지요. 과일과 곡식으로 오두막을 알록달록 꾸미는 집이 많아요.
수첩을 덮으며: 닮은 점 찾기
여러 나라의 가을 명절을 둘러보니 닮은 점이 많아요.
가을 명절의 닮은 점
- 고마운 마음 거두어들인 곡식과 음식에 감사해요.
- 가족 모임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요.
- 특별한 음식 송편, 월병, 경단, 파이처럼 그 계절의 음식이 있어요.
- 보름달 아시아의 가을 명절에는 둥근 보름달이 빠지지 않아요.
| 나라 | 명절 | 언제 | 대표 음식 |
|---|---|---|---|
| 한국 | 추석 | 음력 8월 15일 | 송편 |
| 중국 | 중추절 | 음력 8월 15일 | 월병 |
| 일본 | 오쓰키미 | 음력 8월 15일 무렵 | 쓰키미 단고 |
| 베트남 | 중추절 | 음력 8월 15일 | 월병 |
| 캐나다 | 추수 감사절 | 10월 둘째 월요일 | 칠면조, 호박 파이 |
| 미국 | 추수 감사절 | 11월 넷째 목요일 | 칠면조, 호박 파이 |
다른 점도 있어요. 음력으로 날을 정하는 나라도 있고, 양력의 요일로 정하는 나라도 있어요. 날씨도 영향을 주어요. 같은 추수 감사절이라도 추위가 일찍 오는 캐나다는 미국보다 날이 이르지요. 곡식을 거두는 때가 다르니 축제 날짜도 달라지는 거예요. 먹는 음식도 그 땅에서 많이 나는 곡식과 열매에 따라 달라요. 쌀농사를 많이 짓는 곳에서는 쌀로 떡을 빚고, 밀과 호박이 많이 나는 곳에서는 파이를 굽지요.
지구 반대편을 떠올려 보면 더 재미있어요. 오스트레일리아나 아르헨티나처럼 지구의 남쪽 절반에 있는 나라는 계절이 우리와 거꾸로예요. 우리가 가을을 맞는 10월에 그곳은 봄이 한창이고, 그곳의 가을은 3월에서 5월 무렵이에요. 그러니 추수를 기뻐하는 때도 우리와 다를 수밖에 없지요. 추수 축제는 달력의 날짜가 아니라 곡식이 익는 때를 따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는 곳과 말은 달라도, 한 해의 풍요에 감사하는 마음은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답니다.
우리 집 감사 축제를 열어 봐요
여행 수첩을 덮기 전에, 우리 집만의 작은 추수 감사 축제를 계획해 보세요.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저녁 식탁에 가을 과일 한 접시를 올리고, 식구들이 돌아가며 올해 고마웠던 일을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거예요. 추수 감사절 식탁처럼요.
여러 나라의 음식을 하나씩 맛보는 것도 좋아요. 월병이나 경단을 구해 먹어 보고, 우리 송편과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다른지 이야기해 보세요. 베트남 아이들처럼 종이컵과 색종이로 작은 등불을 만들어 창가에 두어도 멋져요. 우리 집 축제의 이름도 직접 지어 보세요.
올가을에는 고마운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한마디 건네 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