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되면 하늘에서 "끼룩끼룩"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어요. 고개를 들어 보면 새 떼가 V자 모양을 그리며 날아가요. 먼 북쪽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온 기러기들이에요. 이 새들은 지도도 없이 어떻게 길을 찾아올까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궁금해하며 연구해 온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 보아요.
가을에 오는 겨울 손님
계절에 따라 사는 곳을 옮겨 다니는 새를 철새라고 해요. 제비처럼 봄에 와서 여름을 나고 가을에 떠나는 새는 여름 철새, 가을에 와서 겨울을 나고 봄에 떠나는 새는 겨울 철새예요. 봄과 가을에 잠깐 들러 쉬었다가 다시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새도 있어요. 반대로 참새나 까치처럼 일 년 내내 한곳에서 사는 새는 텃새라고 불러요.
| 구분 | 언제 볼 수 있을까 | 이런 새가 있어요 |
|---|---|---|
| 겨울 철새 | 가을에 와서 겨울을 나고 봄에 떠나요 | 기러기, 두루미, 고니, 청둥오리 |
| 여름 철새 | 봄에 와서 새끼를 기르고 가을에 떠나요 | 제비, 뻐꾸기, 꾀꼬리 |
| 나그네새 | 봄·가을에 잠시 들러 쉬어 가요 | 도요새, 물떼새 |
| 텃새 | 일 년 내내 한곳에서 살아요 | 참새, 까치, 박새 |
기러기, 두루미, 고니, 청둥오리 같은 겨울 철새들은 여름에 러시아의 시베리아처럼 먼 북쪽 지방에서 새끼를 길러요. 그곳은 여름에는 먹이가 많지만 겨울이 되면 땅과 물이 꽁꽁 얼어붙어요. 그래서 새들은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남쪽으로 내려와 겨울을 나요. 이것을 월동이라고 해요.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손님들
겨울 철새마다 생김새와 사는 모습이 달라요. 기러기는 잿빛이 도는 갈색 몸에 목이 길고,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논에서 떨어진 낟알을 주워 먹어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기러기는 쇠기러기와 큰기러기예요. 두루미는 온몸이 희고 목과 날개 뒤쪽 깃이 검으며, 머리 꼭대기가 붉어요. 귀한 새라서 천연기념물로 정해 보호하고 있어요.
고니는 온몸이 새하얀 커다란 새로, 호수나 강 하구에서 물속 풀뿌리를 뜯어 먹어요. 긴 목을 물속에 넣고 먹이를 찾는 모습이 우아해요. 청둥오리 수컷은 머리가 반짝이는 초록색이라 멀리서도 눈에 잘 띄어요. 암컷은 수수한 갈색이라 풀숲에서 알을 품을 때 적의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여름 손님은 어디로 갔을까
여름 동안 처마 밑에 둥지를 틀었던 제비는 가을이 되면 동남아시아처럼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요. 날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제비는 추운 겨울에 먹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옛사람들은 제비가 음력 9월 9일 무렵 강남으로 떠났다가 음력 3월 3일 무렵 돌아온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라는 말은 봄이 왔다는 뜻으로 쓰였어요. 가을 하늘에서는 겨울 손님이 오고, 여름 손님은 떠나는 거예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새들이 계절에 맞춰 자리를 바꾸는 모습은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려 주는 달력과 같아요.
왜 먼 길을 떠날까
그냥 따뜻한 남쪽에서 계속 살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북쪽 지방의 여름에는 좋은 점이 많아요. 해가 아주 길어서 하루 대부분이 밝고, 물가에는 벌레와 풀이 넘쳐나요. 새끼를 기르는 동안 먹이를 실컷 구할 수 있지요. 넓은 땅에 새를 노리는 적도 비교적 적어요.
하지만 겨울이 오면 사정이 달라져요. 호수와 늪이 얼어붙고 땅은 눈에 덮여 먹이를 찾을 수 없어요. 그래서 철새들은 여름에는 북쪽에서 새끼를 기르고, 겨울에는 남쪽에서 먹이를 찾는 방법을 골랐어요. 먼 길을 오가는 것은 힘들지만, 그만큼 더 좋은 곳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의 넓은 논과 강, 갯벌은 떨어진 낟알과 물속 먹이가 많아 겨울 철새들이 쉬어 가기 좋은 곳이에요. 봄이 오면 새들은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 새끼를 길러요. 해마다 수천 킬로미터나 되는 먼 길을 오가는 셈이지요. 그런데도 많은 새가 해마다 거의 같은 곳을 찾아와요.
떠나기 전에 하는 준비
철새는 떠날 때를 어떻게 알까요? 과학자들은 낮의 길이가 달라지는 것이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해요. 가을이 되어 낮이 짧아지면 새의 몸속에서 먼 길을 떠날 채비가 시작돼요. 새장 안에서 기르는 철새도 이동할 때가 되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 방향으로 파닥거린다고 해요.
떠나기 전에 새들은 먹이를 부지런히 먹어 몸에 지방을 잔뜩 쌓아요. 지방은 먼 길을 나는 동안 쓸 연료가 돼요. 어떤 작은 새는 떠나기 전 몸무게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도 해요. 낡은 깃털을 새 깃털로 갈아입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알맞게 부는 날을 기다렸다가 길을 떠나요. 뒤에서 밀어 주는 바람을 타면 힘을 훨씬 덜 들이고 날 수 있거든요.
해와 별을 나침반으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철새를 관찰하고 실험하면서 철새가 여러 가지 방법을 함께 쓴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철새의 길 찾기 도구
- 해 낮에는 해의 위치로 방향을 잡아요.
- 별 밤에는 북쪽 하늘의 별을 봐요.
- 지구 자기장 흐린 날에도 방향을 느껴요.
- 땅의 모습 강줄기, 바닷가, 산줄기를 알아봐요.
- 함께 배우기 어린 새는 부모를 따라 길을 익혀요.
낮에 나는 새는 해의 위치를 보고 방향을 잡아요. 해는 시간에 따라 자리가 바뀌지만, 새는 몸속에 시계 같은 감각이 있어서 지금 해가 어디쯤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해요. 한 과학자는 새장 둘레에 거울을 놓아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바꿔 보았어요. 그랬더니 새가 향하는 방향도 그만큼 바뀌었어요. 새가 해를 보고 길을 찾는다는 증거였지요.
밤에 나는 새는 별을 봐요. 어떤 과학자는 별자리를 천장에 비추는 천체 투영관에 새를 넣고 실험했어요. 그랬더니 새들은 북쪽 하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별 둘레를 기준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작은 새들 가운데에는 낮에는 쉬고 먹이를 먹다가, 오히려 서늘하고 조용한 밤에 먼 길을 나는 새가 많아요. 별은 이런 새들에게 밤하늘의 길잡이예요. 흥미롭게도 어린 새는 별자리 지도를 처음부터 알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밤하늘이 어느 별을 중심으로 도는지 보면서 북쪽을 익힌다고 해요.
몸속의 나침반, 지구 자기장
지구는 커다란 자석처럼 둘레에 자기장을 가지고 있어요. 나침반 바늘이 늘 북쪽을 가리키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여러 실험에서 철새들은 흐린 날이라서 해나 별이 보이지 않아도 방향을 잃지 않았어요. 과학자들은 철새가 지구 자기장을 느끼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새가 몸의 어느 곳으로, 어떻게 자기장을 느끼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어요. 새의 눈 속에 있는 특별한 물질이 관계있다는 연구도 있고, 부리 쪽을 살펴보는 연구도 있어요. 지금도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수수께끼랍니다.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자기장을 새는 마치 눈에 보이는 지도처럼 느끼고 있을지도 몰라요.
철새가 아닌 새 가운데에도 길 찾기 선수가 있어요. 비둘기는 먼 곳에 데려다 놓아도 제집을 찾아 돌아오는 재주가 뛰어나요. 그래서 옛날에는 비둘기 다리에 편지를 매달아 소식을 전하기도 했어요. 과학자들은 비둘기의 길 찾기를 연구하면서 새가 해와 자기장, 땅의 모습을 함께 쓴다는 사실을 많이 알아냈어요.
눈으로 보고, 함께 배우고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새들은 눈에 익은 땅의 모습도 살펴요. 굽이진 강줄기, 바닷가, 높은 산줄기가 길잡이가 되지요. 기러기와 두루미는 가족이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린 새는 처음 가는 길을 부모를 따라 날면서 익힌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렇게 한 번 익힌 길과 쉼터를 다음 해에도 기억해서 다시 찾아와요.
기러기가 V자 모양으로 나는 것도 지혜예요. 앞에서 나는 새의 날갯짓이 만든 공기의 흐름을 뒤에 있는 새가 이용하면 힘을 덜 들이고 날 수 있어요. 앞자리는 힘들어서 새들이 번갈아 가며 맡는다고 해요. 날아가며 "끼룩끼룩" 우는 소리는 서로 떨어지지 않게 부르는 신호라고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놀라운 비행 기록
철새 가운데에는 놀라운 기록을 가진 새가 많아요. 큰뒷부리도요는 가을에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태평양을 건너 날아가요. 바다 위에는 쉴 곳이 없어서, 1만 km가 넘는 거리를 열흘 가까이 한 번도 내려앉지 않고 날아간 기록이 있어요. 이 새는 봄에 북쪽으로 돌아갈 때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 들러 배를 채우고 가기도 해요.
아주 높이 나는 새도 있어요. 어떤 기러기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줄기인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날아가요. 산꼭대기 근처는 공기가 아주 희박하고 몹시 추운데도, 이 기러기는 그 위를 넘어 먼 길을 오가요. 가장 먼 거리를 오가는 새로는 북극제비갈매기가 손꼽혀요. 이 새는 북극 가까운 곳에서 여름을 보내며 새끼를 기르고, 북쪽이 겨울이 되면 지구 반대편 남극 가까운 바다까지 날아가요. 그래서 일 년 동안 두 번의 여름을 보내는 셈이에요. 평생 날아다니는 거리를 모두 더하면 지구와 달 사이를 여러 번 오갈 만큼 된다고 해요.
작은 날개로 이런 여행을 해내는 철새들은 정말 대단한 여행가예요.
과학자들은 어떻게 알아낼까
철새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쓰인 방법은 새의 다리에 번호가 적힌 작은 가락지를 끼워 주는 거예요. 다른 나라에서 그 새를 다시 만난 사람이 번호를 알려 주면, 새가 어디까지 날아갔는지 알 수 있어요.
요즘에는 새의 등에 아주 가벼운 위치 추적기를 달기도 해요. 추적기는 새가 있는 곳을 인공위성이나 휴대 전화망으로 보내 줘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새가 하루에 얼마나 날았는지, 어디에서 쉬었는지를 지도 위에서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런 연구 덕분에 철새가 쉬어 가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철새를 만나러 갈 때
강원도 철원의 들판에서는 두루미를, 전라남도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를 만날 수 있어요. 강 하구와 넓은 호수에는 여러 오리와 기러기가 모여요. 해 질 녘 수많은 가창오리가 한꺼번에 날아올라 하늘에 커다란 무늬를 그리는 모습은 무척 멋져서 많은 사람이 보러 가요. 세계의 가창오리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고 해요.
철새를 보러 갈 때는 멀리서 쌍안경으로 조용히 지켜봐 주세요. 가까이 다가가거나 큰 소리를 내면 새들이 놀라서 날아오르느라 힘을 많이 써요. 겨울에는 먹이가 적어서 한 번 날아오를 때마다 쓰는 힘이 무척 아까워요. 밝고 화려한 옷보다 수수한 색 옷을 입고, 새가 있는 쪽으로 손가락질하거나 뛰지 않는 것도 좋은 배려예요.
철새 관찰 기록을 남겨 보아요
철새를 만나러 가면 공책에 관찰 기록을 남겨 보세요. 날짜와 시각, 날씨, 장소를 먼저 적고, 본 새의 모양과 색깔, 몇 마리쯤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적는 거예요. 이름을 모르는 새는 부리와 다리 색, 크기를 자세히 적어 두었다가 집에 와서 도감에서 찾아보면 돼요.
해마다 같은 곳에서 기록을 이어 가면 재미있는 것을 알게 돼요. 올해는 기러기가 작년보다 일찍 왔는지, 새의 수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비교할 수 있지요.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런 기록을 모아 과학자들에게 보내고, 과학자들은 그 기록으로 철새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해요. 여러분의 공책 한 권도 철새를 지키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철새의 쉼터를 지켜요
철새가 먼 길을 무사히 오가려면 중간에 쉬면서 먹이를 먹을 곳이 꼭 있어야 해요. 그런데 갯벌과 습지가 메워지고 논이 줄어들면 새들은 쉴 곳을 잃어요. 한 나라의 쉼터가 사라지면 여러 나라를 오가는 철새 모두가 어려움을 겪게 돼요. 그래서 여러 나라가 힘을 모아 철새가 쉬어 가는 곳을 함께 지키고 있어요.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 몇 곳은 2021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되었어요. 수많은 철새가 쉬어 가는 곳이라는 점이 중요한 까닭 가운데 하나였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어요. 물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철새 도래지에서는 정해진 길로만 다니는 거예요. 올겨울에는 가까운 강가나 호숫가에서 어떤 철새가 찾아왔는지 살펴보세요. 먼 길을 날아온 겨울 손님들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게 배려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