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는 물방울이에요. 오늘부터 한강을 따라 바다까지 긴 여행을 떠날 거예요. 한강은 약 500km를 흐르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게 긴 강이에요. 산속의 작은 샘에서 시작해 큰 도시를 지나 바다까지 가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 여행 일기를 함께 읽어 볼래요?
물방울의 여행 일정
- 첫째 날 태백 검룡소에서 땅 위로 솟아올라요.
- 둘째 날 정선과 영월의 굽이진 골짜기를 지나요.
- 셋째 날 단양을 지나 넓은 호수에서 쉬어 가요.
- 넷째 날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만나요.
- 다섯째 날 수많은 다리가 놓인 서울을 지나요.
- 마지막 날 김포와 강화를 지나 서해에 닿아요.
첫째 날: 산속의 작은 샘, 검룡소
나는 강원도 태백의 깊은 산속에 있는 검룡소에서 땅 위로 솟아올랐어요. 검룡소는 한강이 처음 시작되는 곳, 곧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어요. 땅속에 스며 있던 빗물과 눈 녹은 물이 이곳에서 샘처럼 솟아 나와요.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만큼 차가운 물이에요.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사계절 내내 솟는다고 해요.
검룡소라는 이름에는 옛이야기가 전해져요. 용이 되고 싶었던 이무기가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 샘에 들어가려고 몸부림쳤다는 이야기예요. 샘 아래 바위에 파인 구불구불한 물길이 그 흔적이라고 해요. 물론 전설이지만, 바위를 깎으며 흐르는 물의 힘을 옛사람들이 이렇게 상상했나 봐요.
샘에서 나온 물은 바위 사이 좁은 물길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 내려가요. 처음에는 폴짝 건너뛸 수 있을 만큼 작은 개울이었어요. 골짜기마다 흘러든 여러 개울과 만나면서 나도 점점 큰 물줄기가 되었지요. 강은 이렇게 작은 물줄기가 수없이 모여서 만들어져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태백에는 한강의 발원지뿐 아니라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황지 연못도 있어요. 같은 고장에서 솟은 물이라도 산줄기를 사이에 두고 어느 쪽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하나는 서쪽 바다로 가는 한강이 되고 다른 하나는 남쪽 바다로 가는 낙동강이 되는 거예요. 나는 서쪽으로 흐르는 길을 골랐어요.
둘째 날: 빠르고 힘찬 상류
강이 시작되는 곳에 가까운 윗부분을 상류라고 해요. 상류는 산골짜기를 지나서 땅이 가파르고 강폭이 좁아요. 그래서 물이 아주 빠르게 흘러요. 물이 세게 흐르면서 바닥의 흙과 돌을 깎아 내고, 골짜기를 점점 깊게 만들어요. 수천, 수만 년 동안 물이 깎아 낸 골짜기는 높은 절벽이 되기도 해요.
상류의 강바닥에는 크고 모난 돌이 많아요. 작은 돌과 모래는 빠른 물살에 휩쓸려 아래로 떠내려가 버리거든요. 나는 정선을 지나며 두 물줄기가 만나는 아우라지를 구경했어요. 옛날에는 이곳에서 베어 낸 통나무를 엮어 뗏목을 만들고, 그 뗏목을 강물에 띄워 서울까지 내려보냈대요. 뗏목을 몰던 사람들은 물살이 센 곳을 지날 때마다 마음을 졸였을 거예요.
영월에 이르면 강이 뱀처럼 구불구불 크게 굽이쳐요. 물이 굽은 곳의 바깥쪽을 세게 깎고, 안쪽에는 모래와 자갈을 쌓아 두면서 강은 점점 더 크게 휘어져요. 높은 절벽 아래를 지날 때는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셋째 날: 호수에서 잠시 쉬어요
단양을 지날 때는 강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 세 개를 보았어요. 사람들은 이곳을 도담삼봉이라고 부르며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경치로 아꼈대요. 옛 선비들은 이런 강가 경치를 보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어요. 그러고 나서 나는 충주댐에 막혀 넓은 충주호에서 잠시 쉬어 갔어요. 사람들이 강을 가로질러 댐을 쌓아 물을 모아 둔 거예요.
댐은 여러 가지 일을 해요. 비가 많이 올 때는 물을 가두어 아래쪽 마을이 물에 잠기지 않게 하고, 비가 적을 때는 모아 둔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 가뭄을 이기게 도와줘요. 떨어지는 물의 힘으로 전기를 만들기도 하지요. 호수는 잔잔해서 좋았지만, 나는 다시 길을 떠나야 했어요. 바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호수가 생기면서 좋아진 점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어요. 댐을 쌓기 전 골짜기에 있던 마을과 논밭은 물에 잠겼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했어요. 물고기가 강을 오르내리던 길도 댐에 막혔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댐을 만들거나 고칠 때 사람과 자연이 입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요.
넷째 날: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한강에는 큰 물줄기가 둘 있어요. 내가 흘러온 남한강과 북쪽에서 내려오는 북한강이에요. 두 강은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에서 만나요. 이름처럼 두 물이 머리를 맞대는 곳이에요. 여기서부터 우리는 하나의 한강이 되어 함께 흘러가요. 강가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이 물안개 낀 강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두물머리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팔당댐이 나와요. 이곳에 모인 물은 정수장에서 걸러져서 서울과 그 둘레 도시의 수많은 집으로 보내져요. 여러분이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 가운데에도 한강에서 온 물이 있을지 몰라요. 그래서 한강 상류 둘레에서는 물을 더럽히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조심하며 살아가요.
다섯째 날: 넓고 느긋한 하류, 서울
강이 바다에 가까워진 아랫부분을 하류라고 해요. 하류는 땅이 평평해서 물이 천천히 흘러요. 강폭도 무척 넓어져요. 물살이 느려지니까 위에서 싣고 온 모래와 진흙을 강바닥이나 강가에 내려놓게 돼요. 이것을 퇴적이라고 해요. 하류의 강바닥에는 둥글고 작은 자갈과 고운 모래가 많아요. 먼 길을 구르고 부딪히며 모서리가 닳았기 때문이에요.
드디어 서울에 들어왔어요! 강 위로 서른 개가 넘는 다리가 줄지어 놓여 있고, 강가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해요. 강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에는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서, 나무가 우거지고 겨울이면 철새들이 쉬어 가요. 큰 도시 한복판에서도 강은 새와 물고기의 집이 되어 줘요.
옛날에는 한강 곳곳에 배를 대는 나루가 있었어요. 자동차와 기차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배에 곡식과 소금, 나무 같은 물건을 싣고 강을 오르내렸어요. 강은 물건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큰길이었던 셈이에요. 지금도 서울의 마포, 노량진, 광나루처럼 몇몇 동네 이름에는 옛 나루의 흔적이 남아 있어요.
아주 먼 옛날 고구려 사람들은 한강을 '아리수'라고 불렀다고 해요. 한강은 삼국 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차지하려고 애썼던 강이에요. 넓은 들과 물길이 있어 사람이 모여 살기 좋고, 바다로 나가기에도 좋았기 때문이에요. 오늘날 서울의 수돗물에도 '아리수'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요.
한강에 처음부터 다리가 많았던 것은 아니에요. 1900년에 기차가 건너는 한강 철교가 처음 놓였고, 사람과 수레가 건너는 인도교는 1917년에 생겼어요. 그전까지 사람들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지요. 지금은 다리마다 모양과 색이 달라서, 밤이 되면 불빛이 강물에 비쳐 반짝여요. 다리 아래를 지나며 하나씩 세어 보는 것도 내 여행의 즐거움이었어요. 여러분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한강 다리는 무엇인가요?
조선 시대의 화가 겸재 정선은 배를 타고 한강을 오르내리며 강가의 아름다운 경치를 여러 폭의 그림으로 남겼어요. 그림 속 한강에는 높은 빌딩 대신 푸른 산과 초가집, 돛단배가 보여요. 지금의 한강과 옛 그림 속 한강을 견주어 보면 강가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어요.
강에 사는 이웃들
여행하는 동안 나는 많은 이웃을 만났어요. 물이 차고 맑은 상류에는 버들치처럼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작은 물고기가 살아요. 바위 사이를 재빠르게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물가 바위 근처에서는 수달의 발자국도 보았어요. 수달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동물로, 귀해서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어요.
물살이 느린 하류에는 잉어와 붕어처럼 몸집이 큰 물고기가 많아요. 강가 풀숲에는 왜가리와 백로가 긴 다리로 서서 물고기를 노려요. 하구 가까이에는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사는 물고기도 있어요. 뱀장어는 먼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자라고, 다 자라면 다시 바다로 돌아가 알을 낳는다고 해요. 강은 수많은 생물이 함께 쓰는 커다란 집이에요.
강물이 불어나는 날
여름 장마철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몹시 바쁘게 흘렀어요. 비가 많이 오면 산과 들에 내린 빗물이 한꺼번에 강으로 모여들어요. 강물이 누렇게 흐려지고 물살이 빨라지면서 강가 공원이 물에 잠기기도 해요.
서울 한강 공원의 넓은 풀밭과 자전거 길은 원래 강물이 불어날 때 물이 넘쳐흐르던 땅이에요. 그래서 큰비가 오면 공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요.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공원에는 강물이 두고 간 진흙이 쌓여 있어요. 강물이 불어날 때는 절대 강가에 가까이 가지 말고, 안내 방송을 잘 따라야 해요.
마지막 날: 드디어 바다로
서울을 지난 나는 북쪽에서 흘러온 임진강을 만나 함께 김포와 강화 근처를 지나 서해로 흘러 들어갔어요.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을 하구라고 해요. 하구에서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서, 이런 물에 알맞은 물고기와 게가 많이 살아요.
서해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커서, 바닷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드러나요. 강이 실어 온 고운 흙이 갯벌을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답니다. 갯벌에는 조개와 게, 갯지렁이가 살고, 그 생물을 먹으려고 많은 새가 찾아와요. 산속 샘에서 출발한 내가 바다 생물들의 밥상을 차리는 데에도 힘을 보탠 셈이에요.
강을 지키는 사람들
내가 바다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것은 강을 지키는 사람들 덕분이기도 해요. 집과 공장에서 쓰고 버린 물은 곧바로 강으로 흘러가지 않아요. 하수 처리장에서 더러운 것을 걸러 내고 깨끗하게 만든 다음에야 강으로 보내요. 강가에 쌓인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강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날마다 살피는 사람들도 있어요.
우리도 강을 지킬 수 있어요. 기름이나 음식 찌꺼기를 싱크대에 함부로 버리지 않고, 강가에 놀러 가면 쓰레기를 꼭 되가져오는 거예요. 길에 버린 쓰레기도 빗물에 쓸려 하천으로, 강으로, 결국 바다로 흘러가요. 작은 실천이 모이면 다음에 여행할 물방울들도 깨끗한 강을 따라갈 수 있어요.
다시 하늘로, 물의 여행은 계속돼요
검룡소에서 시작한 내 여행은 여기서 끝이에요. 하지만 바다에서 햇볕을 받아 수증기가 되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언젠가 다시 산으로 돌아갈 거예요. 이렇게 물이 바다와 하늘과 땅을 돌고 도는 것을 물의 순환이라고 해요.
어쩌면 여러분이 오늘 맞은 빗방울 가운데 하나가 다음 여행을 떠날 나일지도 몰라요. 땅에 스며든 빗물은 다시 샘이 되고, 샘은 개울이 되고, 개울은 강이 되어 바다로 가요. 물은 사라지지 않고 모습만 바꾸어 끝없이 여행하는 거예요. 그때 또 만나요!
탐험가 노트
상류와 하류 한눈에 보기
- 땅 상류는 가파르고, 하류는 평평해요.
- 강폭 상류는 좁고, 하류는 넓어요.
- 물살 상류는 빠르고, 하류는 느려요.
- 돌 상류에는 크고 모난 돌, 하류에는 둥근 자갈과 모래가 많아요.
- 하는 일 상류에서는 깎고, 하류에서는 쌓아요.
우리 동네 가까이 흐르는 강이나 하천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로 흘러갈까요? 지도에서 물줄기를 손가락으로 따라가 보세요. 작은 하천은 더 큰 강으로 흘러들고, 큰 강은 결국 바다로 가요. 가까운 하천에 가 볼 기회가 있다면 물이 빠른지 느린지, 바닥에 어떤 돌이 깔려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 동네 하천이 상류 쪽인지 하류 쪽인지 짐작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