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나무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러요. 많은 사람이 "은행잎이 물들어서 냄새가 나는 거야."라고 말하곤 해요. 정말 은행잎에서 냄새가 나는 걸까요? 사실인지 아닌지 하나씩 확인해 봐요.
판정: 사실이 아니에요
냄새의 주인공은 잎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은행 알이에요. 은행 알은 동그랗고 주황빛이라 열매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씨앗이에요. 씨앗의 말랑한 겉껍질에 고약한 냄새를 내는 물질이 들어 있어요. 이 겉껍질이 발에 밟혀 터지면 냄새가 더 심해지지요.
은행잎을 한 장 주워 코에 대 보세요. 거의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 거예요. 은행잎은 오히려 벌레가 잘 꼬이지 않고 깨끗해서, 책 사이에 끼워 책갈피로 쓰기도 해요. 잎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었던 셈이에요.
암나무와 수나무
대부분의 나무는 한 그루에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거나, 한 송이 꽃 안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어요. 그런데 은행나무는 사람처럼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어요. 봄이 되면 수나무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암나무에 닿아요. 그러면 암나무에 씨앗이 생기고, 가을에 노란 잎과 함께 은행 알이 익어 떨어져요.
그러니까 은행 알은 암나무에만 열려요. 수나무 아래에서는 은행 알이 떨어지지 않으니 냄새도 나지 않아요. 다음에 은행나무 길을 걸을 때 냄새가 나는 나무와 나지 않는 나무를 구별해 보세요. 냄새가 나는 나무 아래에만 은행 알이 떨어져 있을 거예요.
냄새는 왜 날까?
은행나무는 왜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는 씨앗을 만들까요? 과학자들은 아주 먼 옛날에는 이 냄새를 좋아하는 동물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해요. 냄새에 이끌린 동물이 은행 알을 먹거나 물고 가서 다른 곳에 떨어뜨리면, 은행나무는 씨앗을 멀리 퍼뜨릴 수 있었겠지요. 다만 어떤 동물이었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아요.
사람에게는 고약한 냄새지만,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알리는 신호였을지도 몰라요. 냄새 하나에도 나무가 살아남으려고 애쓴 오랜 역사가 담겨 있는 거예요.
왜 길가에 은행나무가 많을까?
은행나무는 공기가 탁한 도시에서도 잘 자라고, 병과 벌레에도 강해요. 가지가 곧게 뻗어 모양이 보기 좋고, 가을이면 온 거리를 노랗게 물들여 줘요. 그래서 우리나라 여러 도시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었어요.
문제는 은행나무가 어릴 때는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알기 어렵다는 거예요. 나무가 자라서 씨앗을 맺을 때까지 여러 해가 걸리거든요. 그래서 수나무인 줄 알고 심었는데 나중에 은행 알이 열리는 경우가 생겼어요. 요즘에는 어린 나무의 잎을 조사해서 암수를 미리 알아내는 방법이 개발되어, 길가에는 수나무를 골라 심으려는 노력도 해요. 은행 알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털어 내거나, 나무 아래에 그물을 쳐서 모으는 곳도 있어요.
은행나무, 궁금해요
은행 알은 먹어도 되나요?
익힌 은행은 먹을 수 있지만 날것은 먹으면 안 돼요. 익힌 것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어서, 어린이는 몇 알만 먹는 것이 좋아요.
은행나무는 얼마나 오래 살까요?
아주 오래 살아요. 우리나라에는 천 년이 넘었다고 전해지는 은행나무도 있어요. 은행나무 무리는 공룡이 살던 아주 먼 옛날부터 지구에 살아와서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려요.
은행잎도 냄새가 나나요?
거의 나지 않아요. 떨어진 잎을 모아 두어도 고약한 냄새는 나지 않아요. 냄새는 은행 알의 겉껍질에서 나요.
은행나무 길을 즐기는 법
은행나무 길은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예요. 냄새 때문에 피하기보다 몇 가지만 알고 가면 더 즐겁게 걸을 수 있어요. 바닥에 떨어진 은행 알은 되도록 밟지 않고 피해서 걸어요. 밟으면 신발 바닥에 냄새가 배어 집까지 따라오거든요. 걸으면서 냄새 나는 나무에 ○표를 해 우리 동네 암나무 지도를 만들어 봐도 좋아요.
팩트 체크, 이렇게 해요
이번처럼 많은 사람이 믿는 말도 확인해 보면 사실이 아닐 때가 있어요.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을 팩트 체크라고 해요. 여러분도 팩트 체크를 해 볼 수 있어요.
먼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확인해요. 은행잎 냄새를 맡아 보고, 은행 알 냄새와 비교해 보는 것처럼요. 다음으로, 믿을 만한 자료를 찾아요. 도감이나 백과사전, 나라의 연구 기관이 만든 자료처럼 누가 썼는지 분명한 자료가 좋아요. 마지막으로, 한 곳에서만 찾지 말고 두세 곳의 자료를 비교해요. 여러 자료가 같은 말을 한다면 더 믿을 만하지요.
알아 두기
은행 알의 겉껍질을 맨손으로 만지면 피부가 빨갛게 붓고 가려울 수 있어요. 옻나무에 옻이 오른 것과 비슷해요. 은행 알은 눈으로만 관찰하고, 만졌다면 바로 비누로 손을 씻어요. 길가나 공원의 은행을 함부로 주워 가는 것도 안 돼요.
정리해 볼까요?
은행나무 길의 고약한 냄새는 은행잎이 아니라 암나무에서 떨어진 은행 알의 겉껍질에서 나요. 수나무 아래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아요. 은행잎은 냄새가 거의 없고, 가을 거리를 노랗게 물들여 주는 고마운 잎이에요.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은행나무 길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