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에서 솔방울을 하나 주워 본 적 있나요? 솔방울을 뒤집어 아래쪽에서 들여다보면, 비늘 조각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늬가 보여요. 이 무늬 속에는 놀라운 수의 비밀이 숨어 있어요.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궁금해한 그 비밀을 함께 찾아가 볼까요?
신기한 수의 줄
다음 수들을 잘 보세요.
1, 1, 2, 3, 5, 8, 13, 21, 34, 55…
어떤 규칙이 있는지 찾았나요? 힌트를 줄게요. 이웃한 두 수를 더해 보세요.
- 1 + 1 = 2
- 1 + 2 = 3
- 2 + 3 = 5
- 3 + 5 = 8
- 5 + 8 = 13
바로 앞의 두 수를 더하면 다음 수가 돼요. 이렇게 어떤 규칙에 따라 차례대로 늘어놓은 수들을 수열이라고 해요. 이 수열을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부르고, 여기에 나오는 수를 피보나치 수라고 해요. 규칙을 알았으니 55 다음 수도 구할 수 있겠지요? 34와 55를 더하면 89, 그다음은 55와 89를 더한 144예요. 이렇게 수는 끝없이 이어져요.
토끼 문제에서 시작된 이름
피보나치는 약 800년 전 이탈리아에 살았던 수학자예요. 피보나치는 자기가 쓴 책에 이런 문제를 냈어요. 토끼 한 쌍이 자라면 다달이 새끼 한 쌍을 낳고, 새로 태어난 새끼 한 쌍도 자라면 또 새끼를 낳는다고 해요. 그러면 달마다 토끼는 몇 쌍이 될까요?
이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 보면 토끼 쌍의 수가 1, 1, 2, 3, 5, 8…로 늘어나요. 이번 달의 토끼는 지난달에 있던 토끼에, 새로 태어난 토끼가 더해진 수예요. 새로 태어나는 토끼는 두 달 전에 있던 토끼 수만큼이고요. 그래서 앞의 두 수를 더하면 다음 수가 되는 거예요. 물론 실제 토끼가 꼭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에요. 수학 문제를 위해 만든 약속이지요.
피보나치가 쓴 그 책은 계산하는 방법을 담은 책이었어요. 이 책은 우리가 지금 쓰는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유럽에 널리 알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해요. 그전까지 유럽 사람들은 계산하기 불편한 로마 숫자를 많이 썼거든요.
이름은 나중에 붙었어요
재미있게도 이 수열에 '피보나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피보나치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였어요. 19세기 프랑스의 한 수학자가 이 수열을 깊이 연구하면서 피보나치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또 이 수열을 처음 알아낸 사람이 꼭 피보나치인 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훨씬 전에 인도의 학자들은 시의 운율을 연구하다가 같은 수의 줄을 찾아냈다고 알려져 있어요. 짧은 소리와 긴 소리를 섞어 박자를 만드는 방법이 몇 가지인지 세어 보니 이 수들이 나왔다는 거예요. 같은 규칙을 세상 여러 곳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찾아낸 셈이에요.
계단을 오르는 방법도 피보나치
우리 생활 속에서도 피보나치 수를 찾을 수 있어요. 계단을 한 번에 한 칸 또는 두 칸씩 오를 수 있다고 해 볼까요? 계단이 1칸이면 오르는 방법은 1가지예요. 2칸이면 '한 칸, 한 칸'과 '두 칸', 이렇게 2가지예요. 3칸이면 3가지, 4칸이면 5가지, 5칸이면 8가지가 돼요.
까닭은 이래요. 마지막 칸에 오르기 바로 전에는 한 칸 아래에 있었거나 두 칸 아래에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 5칸을 오르는 방법은 4칸을 오르는 방법과 3칸을 오르는 방법을 더한 것과 같아요. 앞의 두 수를 더하는 피보나치의 규칙이 여기에도 숨어 있지요. 학교 계단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그렇다면 계단이 6칸이면 몇 가지일까요? 5칸의 8가지와 4칸의 5가지를 더한 13가지예요. 이렇게 계속 더해 가면 10칸짜리 계단은 무려 89가지 방법으로 오를 수 있어요. 하나하나 그려서 세었다면 한참 걸렸을 문제를, 규칙 하나로 금방 풀 수 있는 거예요. 이것이 수학의 힘이에요.
수의 줄에 숨은 작은 규칙
피보나치 수를 한 줄로 늘어놓고 짝수에 동그라미를 쳐 보세요.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짝수는 2, 8, 34, 144예요. 어떤 규칙이 보이나요? 짝수가 꼭 세 번째마다 한 번씩 나와요. 홀수 두 개를 더하면 짝수가 되고, 짝수와 홀수를 더하면 홀수가 되기 때문이에요. 홀수, 홀수, 짝수의 순서가 끝없이 되풀이되는 거예요.
또 다른 놀이도 있어요. 1과 1이 아닌 다른 두 수로 시작해 보세요. 예를 들어 2와 7로 시작하면 2, 7, 9, 16, 25, 41, 66…이 돼요. 이 수의 줄에서도 뒤의 수를 앞의 수로 나누어 보면, 수가 커질수록 신기하게도 같은 값에 가까워진답니다. 그 값이 무엇인지는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꿀벌의 가족 나무
피보나치 수는 꿀벌의 가족에서도 나타나요. 꿀벌의 수컷인 수벌은 엄마만 있고 아빠가 없어요. 여왕벌이 짝짓기 없이 낳은 알에서 수벌이 태어나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암컷인 일벌과 여왕벌은 엄마와 아빠가 모두 있어요.
수벌 한 마리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수벌에게는 엄마 1마리가 있어요. 그 엄마에게는 엄마와 아빠, 2마리가 있어요. 그 위로는 3마리, 그 위로는 5마리, 또 그 위로는 8마리가 돼요. 수벌 자신을 맨 앞의 1로 두고 늘어놓으면 1, 1, 2, 3, 5, 8… 바로 피보나치 수예요. 종이에 가족 나무를 직접 그려 보면서 한 층씩 세어 보세요.
솔방울과 해바라기의 나선
솔방울을 아래에서 보면 비늘들이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빙글빙글 돌며 늘어서 있어요. 이런 모양을 나선이라고 해요. 자세히 보면 시계 방향으로 도는 나선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나선이 함께 있어요.
이 나선의 줄 수를 세어 보면, 많은 솔방울에서 한쪽은 8줄, 다른 쪽은 13줄이 나와요. 둘 다 피보나치 수이지요! 해바라기 씨도 마찬가지예요. 큰 해바라기의 씨앗이 만든 나선을 세어 보면 34줄과 55줄, 또는 55줄과 89줄처럼 이웃한 피보나치 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파인애플 껍질의 무늬에서도 이런 나선을 찾을 수 있어요.
나선은 식물의 줄기에서도 보여요. 줄기를 따라 잎이 달린 모습을 아래에서부터 살펴보면, 잎이 한 자리에 겹치지 않고 빙 돌아가며 조금씩 비켜나 있어요. 이렇게 하면 위에 있는 잎이 아래 잎을 가리지 않아서 모든 잎이 햇볕을 고루 받을 수 있어요.
꽃잎을 세어 보면
꽃잎의 수에서도 피보나치 수가 자주 보여요. 붓꽃은 꽃잎이 3장처럼 보이고, 벚꽃과 복숭아꽃, 사과꽃은 꽃잎이 5장이에요. 가을 들판의 코스모스는 꽃잎이 8장인 경우가 많아요. 3, 5, 8 모두 피보나치 수랍니다.
물론 꽃잎이 4장이나 6장인 꽃도 많아요. 유채꽃은 꽃잎이 4장이고, 백합은 6장처럼 보이지요. 그러니 모든 꽃이 피보나치 수를 따른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여러분이 직접 여러 꽃의 꽃잎을 세어 보고, 피보나치 수인 꽃과 아닌 꽃을 나누어 기록해 보세요. 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건 이렇게 직접 세어 보고 확인하는 거예요.
왜 이런 수가 나올까?
식물은 수를 셀 줄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요? 과학자들은 식물이 새 씨앗이나 비늘을 만들 때, 앞의 것과 조금씩 일정한 각도를 틀어 자리를 잡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그 각도는 약 137.5도예요. 한 바퀴의 3분의 1보다 조금 더 돌아간 자리지요.
이 각도로 자리를 잡으면 씨앗이 한 줄로 겹쳐 늘어서지 않고, 좁은 공간을 빈틈없이 촘촘하게 채울 수 있어요.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씨앗 사이에 빈틈이 생기거나 몇 줄로 몰려 버려요. 그렇게 자리를 잡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보나치 수만큼의 나선이 생긴다는 거예요. 식물은 계산하지 않아도, 가장 알뜰하게 자리를 채우는 방법을 따르고 있는 셈이에요.
하지만 모든 솔방울과 꽃이 꼭 피보나치 수를 따르는 것은 아니에요. 자라면서 모양이 조금 틀어지거나 다른 수가 나오기도 해요. 그래서 "자연에서 자주 발견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해요.
5~6학년 도전: 황금비에 가까워지는 수
피보나치 수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어요. 이웃한 두 수에서 뒤의 수를 앞의 수로 나누어 보세요. 처음에는 들쑥날쑥하지만, 수가 커질수록 어떤 값에 점점 가까워져요.
| 앞의 수 | 뒤의 수 | 뒤의 수 ÷ 앞의 수 |
|---|---|---|
| 1 | 2 | 2 |
| 2 | 3 | 1.5 |
| 3 | 5 | 약 1.667 |
| 5 | 8 | 1.6 |
| 8 | 13 | 1.625 |
| 13 | 21 | 약 1.615 |
| 21 | 34 | 약 1.619 |
값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약 1.618에 다가가지요? 이 값을 황금비라고 해요. 두 수의 비율이 약 1 대 1.618이라는 뜻이에요.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이 비율을 보기 좋은 비율이라고 여겼어요. 교통 카드처럼 가로세로 비율이 황금비에 가까운 물건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자를 들고 여러 물건의 가로와 세로를 재어, 긴 쪽을 짧은 쪽으로 나누어 보세요.
황금비가 옛 건축물이나 유명한 그림 곳곳에 숨어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 가운데에는 어디를 재느냐에 따라 황금비처럼 보이도록 끼워 맞춘 것도 있어요. 수학에서는 '그렇다더라'보다 '직접 재어 보니 그렇다'가 더 힘이 세요.
알아 두기
앵무조개 껍데기의 나선이 황금비를 따른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여러 껍데기를 재어 보면 황금비와 꼭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멋진 이야기일수록 직접 재어 보고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해요.
자연 속 여러 가지 나선
나선은 솔방울과 해바라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소라와 달팽이 껍데기도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빙글빙글 넓어지는 나선이에요. 고사리의 어린잎은 돌돌 말린 나선 모양으로 돋아났다가 천천히 펴져요. 하늘을 찍은 사진에서 소용돌이치는 태풍 구름이나, 망원경으로 본 먼 은하의 모습에서도 커다란 나선을 볼 수 있어요.
다만 나선 모양이라고 해서 모두 피보나치 수와 관계있는 것은 아니에요. 자라면서 조금씩 커지거나, 빙글빙글 돌며 움직이는 것들이 나선 모양을 만들기 쉬울 뿐이에요. 주변에서 나선을 찾으면 사진을 찍거나 그림으로 그려 모아 보세요. 그리고 줄 수를 셀 수 있는 것은 직접 세어서, 피보나치 수가 나오는지 확인해 보세요.
모눈종이로 나선 그리기
피보나치 수로 나선을 직접 그려 볼 수도 있어요. 모눈종이를 준비하세요. 먼저 한 변이 1칸인 정사각형 두 개를 나란히 그려요. 그 옆에 두 정사각형에 딱 맞게 한 변이 2칸인 정사각형을 붙여요. 이어서 3칸, 5칸, 8칸짜리 정사각형을 빙 돌아가며 차례로 붙여요.
이제 정사각형마다 한쪽 꼭짓점에서 마주 보는 꼭짓점까지 둥근 곡선을 이어 그려 보세요. 달팽이 껍데기처럼 점점 커지는 나선이 나타날 거예요. 정사각형을 다 붙이고 나면 전체 모양이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황금비에 가까운 직사각형이 된다는 것도 확인해 보세요. 8칸과 13칸으로 된 직사각형이 만들어질 거예요.
직접 세어 보아요
솔방울을 주울 때는 비늘이 활짝 벌어진 마른 솔방울을 고르세요. 솔방울은 물에 젖으면 비늘을 오므리고, 마르면 다시 벌려요. 오므린 솔방울은 줄을 세기가 어려워요. 솔방울을 하나 주워 와서 아래쪽이 보이게 들어 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해 보는 거예요.
솔방울 나선 세기
-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이어지는 비늘 줄 하나를 찾아 색연필이나 실로 표시해요.
- 같은 방향으로 도는 줄이 모두 몇 줄인지 세어요.
- 반대 방향으로 도는 줄도 세어요.
- 두 수가 피보나치 수인지 확인해요.
한 개만 세지 말고 여러 개의 솔방울을 세어 보세요. 소나무 솔방울과 잣나무 솔방울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아요. 몇 개가 피보나치 수였고 몇 개가 아니었는지 기록해 두면, 여러분만의 작은 연구 보고서가 완성돼요. 주변에서 또 어떤 피보나치 수를 찾을 수 있을까요? 가을 숲은 수학 문제로 가득한 커다란 교실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