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는 여러분 동네 놀이터 옆에 서 있는 느티나무예요. 사람들은 나를 그냥 "커다란 나무"라고 부르지만, 사실 나는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해요. 말도 못 하고 걸어 다니지도 못하지만,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에 동네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요. 오늘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들려줄게요.

나무 한 그루가 하는 일

  • 그늘 만들기 뜨거운 햇볕을 가려 줘요.
  • 시원한 공기 잎에서 물을 내보내 둘레를 식혀요.
  • 맑은 공기 산소를 내보내고 먼지를 붙잡아요.
  • 빗물 저금통 빗물을 머금었다가 천천히 흘려보내요.
  • 작은 동물의 집 새와 곤충이 깃들어 살아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요

뜨거운 여름날, 여러분은 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곤 했지요. 나는 넓게 펼친 잎으로 햇볕을 가려서 땅과 사람이 뜨겁게 달궈지지 않게 해요. 햇볕이 쨍쨍한 날 놀이터 미끄럼틀은 손을 대기 어려울 만큼 뜨거워지지만, 내 그늘 아래 의자는 한결 시원해요. 햇볕 아래 땅과 내 그늘 아래 땅을 손바닥으로 번갈아 만져 보세요. 얼마나 다른가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나는 뿌리로 땅속의 물을 빨아올려서 잎으로 내보내요. 물이 잎에서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증산 작용이라고 해요. 물이 수증기가 될 때 둘레의 열을 가져가기 때문에 내 둘레의 공기가 시원해져요. 땀이 마르면 몸이 시원해지는 것과 비슷하지요.

도시는 건물과 아스팔트가 햇볕을 받아 뜨거워지고, 자동차와 에어컨에서도 열이 나와서 둘레의 시골보다 더 더워지기 쉬워요. 그래서 도시 한가운데에 나무가 많으면 여름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 줄 수 있어요.

공기를 맑게 해요

나는 햇빛을 받아 양분을 만들면서 공기 속의 이산화 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보내요. 여러분이 숨 쉬는 데 꼭 필요한 산소 말이에요. 이산화 탄소는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드는 기체 가운데 하나예요. 나는 이산화 탄소를 들이마셔서 내 몸통과 가지, 뿌리를 키우는 데 써요. 그러니까 내가 자라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돕는 셈이에요.

또 내 잎은 먼지를 붙잡는 일도 해요. 잎의 겉에는 아주 작은 털이 있거나 끈끈한 부분이 있어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 먼지가 달라붙어요. 그러다 비가 오면 먼지가 씻겨 땅으로 내려가지요. 찻길 옆에 나무를 줄지어 심는 것도 이런 까닭이 있어요.

빗물을 머금어요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을 떠올려 보세요. 딱딱한 아스팔트와 시멘트 길에는 빗물이 스며들지 못해요. 빗물이 한꺼번에 하수구로 몰려가면 길이 물에 잠기기도 해요.

하지만 나는 달라요. 빗방울이 먼저 내 잎과 가지에 맺혀서, 땅에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져요. 내 뿌리 둘레의 흙은 부드럽고 틈이 많아서 빗물이 천천히 스며들어요. 뿌리는 흙을 꽉 붙잡아서 흙이 빗물에 쓸려 내려가지 않게 해 줘요. 이렇게 나무가 많은 곳은 비가 많이 와도 물이 한꺼번에 넘치지 않도록 도와줘요. 나는 빗물을 모아 두었다가 조금씩 내주는 저금통 같아요.

동네를 조용하게 해 줘요

찻길 옆에 서 있으면 자동차 소리가 무척 시끄러워요. 그런데 나무가 빽빽이 서 있으면 잎과 가지가 소리를 흩뜨려서, 소음이 조금 줄어들어요. 겨울에 차가운 바람이 불 때는 줄지어 선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 주기도 해요.

사람들은 나무가 많은 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해요. 초록 잎을 바라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어요. 공부하다 머리가 복잡할 때 창밖의 나무를 잠깐 바라보세요. 나도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요.

작은 친구들의 집이 되어요

내 가지에는 참새와 까치가 앉아 쉬고, 줄기에는 개미와 작은 벌레들이 오르내려요. 여름밤에는 매미가 내 줄기에 붙어 허물을 벗고 날아가기도 해요. 내 껍질의 갈라진 틈은 작은 벌레들이 추위를 피해 숨어드는 방이 되어 줘요.

가을이 되면 내 잎은 노랗고 붉게 물들었다가 땅에 떨어져요. 떨어진 잎은 흙 속 작은 생물들이 분해해서 다시 흙의 거름이 돼요. 나 혼자서는 그저 나무 한 그루일지 몰라도, 나를 중심으로 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나는 느티나무예요

느티나무는 옛날부터 우리 마을과 아주 가까운 나무였어요. 마을 입구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으면, 사람들은 그 그늘 아래 모여 쉬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래서 이런 나무를 정자나무라고 불렀지요. 오래 사는 나무라서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 온 느티나무도 곳곳에 있어요.

내 잎은 길쭉한 달걀 모양이고,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깔쭉깔쭉해요. 가을에는 나무마다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으로 조금씩 다르게 물들어요. 줄기는 곧게 자라다가 위에서 가지를 넓게 펼쳐서, 멀리서 보면 커다란 우산처럼 보여요. 이렇게 그늘이 넓어서 요즘에는 길가와 공원에도 느티나무를 많이 심어요.

가을이 오면 나도 겨울 준비를 해요

날이 서늘해지면 나는 겨울 준비를 시작해요. 겨울에는 땅이 얼어 뿌리로 물을 빨아올리기 어려워요. 잎을 달고 있으면 잎으로 물이 계속 빠져나가서 목이 마르게 되지요. 그래서 나는 가을에 잎을 모두 떨어뜨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잎이 떨어진 자리 바로 위에는 작은 겨울눈이 벌써 자리 잡고 있어요. 겨울눈은 단단한 껍질에 싸여 추운 겨울을 견디다가, 봄이 오면 연둣빛 새잎을 틔워요. 겨울에 앙상한 내 가지를 보더라도 나는 잠시 쉬고 있을 뿐이에요.

나무가 모이면 도시 숲

나 같은 나무들이 공원과 학교, 길가에 모여 자라는 곳을 도시 숲이라고 해요. 나무 한 그루가 하는 일은 작지만, 여럿이 모이면 도시 전체를 시원하고 맑게 만드는 큰 힘이 돼요.

한 그루는 작아도, 여럿이 모이면 도시를 지키는 숲이 돼요.

길가에 줄지어 선 나무를 가로수라고 해요. 우리나라 길가에서는 은행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버즘나무(플라타너스), 이팝나무를 흔히 볼 수 있어요. 동네 길을 걸으며 어떤 가로수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도시에서 사는 나무의 어려움

도시에서 나무로 사는 일이 늘 쉬운 것은 아니에요. 길가의 나무는 뿌리를 뻗을 땅이 좁아서, 뿌리가 보도블록을 들어 올리며 비집고 나가기도 해요. 건물 그늘에 가려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나무도 있고, 전깃줄에 닿지 않게 가지를 많이 잘리는 나무도 있어요. 그래서 도시의 나무를 돌보는 사람들은 나무가 뿌리를 뻗을 자리를 넓혀 주고, 병든 가지를 살피며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요.

나와 친구가 되어 줄래요?

다음에 놀이터에 오면 내 줄기를 가만히 만져 보세요. 거칠거칠한 껍질이 느껴질 거예요. 두 팔로 내 줄기를 안아 보고, 몇 명이 손을 잡아야 나를 둘러쌀 수 있는지 재어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가지를 꺾거나 줄기에 낙서하지는 말아 주세요.

내 뿌리 둘레의 흙을 너무 세게 밟지 않는 것도 나를 돕는 방법이에요. 흙이 단단하게 다져지면 뿌리가 숨을 쉬기 어렵고, 빗물도 잘 스며들지 못하거든요. 그렇게 해 주면 나는 오래오래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지켜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