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을 앞두고 어른들이 시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나요? "요즘 사과가 왜 이렇게 비싸지?" 사과는 늘 같은 사과인데, 왜 어떤 때는 비싸고 어떤 때는 쌀까요? 그 비밀은 수요와 공급에 있어요. 사과 한 알을 따라가며 물건값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아보고, 여러분의 생각도 나누어 보아요.
사고 싶은 마음, 수요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하는 마음이나 그 양을 수요라고 해요. 추석에는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집이 많아요. 차례상에는 사과와 배 같은 과일을 올려요. 친척이나 고마운 분께 과일 상자를 선물하는 사람도 많지요. 가족이 모이면 함께 먹을 과일도 평소보다 넉넉히 사게 돼요.
그래서 추석을 앞두고는 평소보다 사과를 사려는 사람이 훨씬 많아져요. 사과의 수요가 늘어나는 거예요. 수요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에 따라 달라져요. 명절이나 잔칫날처럼 특별한 날에 늘어나기도 하고, 사과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가 퍼져서 늘어나기도 해요. 반대로 날씨가 더워 시원한 수박을 더 찾는 여름에는 사과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기도 해요.
팔려고 내놓는 양, 공급
반대로 어떤 물건을 팔려고 내놓는 것이나 그 양을 공급이라고 해요. 사과는 공장에서 뚝딱 만들어 내는 물건이 아니에요. 봄에 꽃이 피면 농부는 너무 많이 달린 꽃과 어린 열매를 솎아 내요. 남은 열매가 크고 튼튼하게 자라게 하려는 거예요. 여름 내내 햇볕을 받으며 자란 사과는 가을이 되어야 빨갛게 익어요.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찾는다고 해서 사과를 금방 더 키워 낼 수는 없어요. 사과나무를 새로 심어도 열매를 제대로 거두려면 몇 해를 기다려야 해요.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은 기계를 더 돌리면 금방 늘릴 수 있지만, 자연에서 자라는 농산물은 그럴 수 없어요. 이것이 사과 값이 쉽게 출렁이는 중요한 까닭이에요.
게다가 추석은 음력으로 정해져 있어서 해마다 날짜가 달라요. 추석이 이른 해에는 사과가 아직 충분히 익지 않아 시장에 나올 사과가 적을 수 있어요. 사과에도 여러 품종이 있어서, 일찍 익어 추석 무렵에 나오는 품종이 있고 늦가을이 되어야 익는 품종이 있어요.
사과 한 알이 자라기까지
사과 한 알에는 농부의 한 해가 담겨 있어요. 겨울에는 잎이 떨어진 나무의 가지를 알맞게 잘라 주어요. 가지가 너무 빽빽하면 햇볕과 바람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에요. 봄이 되어 하얀 사과꽃이 피면 벌이 꽃가루를 옮겨 주어야 열매가 맺혀요. 벌이 적은 해에는 농부가 붓으로 꽃가루를 하나하나 묻혀 주기도 해요.
여름에는 병과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나무를 살피고, 풀을 베고, 물을 대 주어요. 가을이 가까워지면 사과가 햇볕을 고루 받도록 열매를 가린 잎을 따 주고, 나무 아래에 햇빛을 되비추는 반짝이는 깔개를 깔기도 해요. 그래야 사과 아래쪽까지 빨갛게 물들거든요. 이렇게 일 년 내내 손이 가야 비로소 빨간 사과를 거둘 수 있어요.
날씨가 바꾸는 사과 값
사과 농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봄에 꽃이 필 무렵 갑자기 추워지면 꽃이 얼어 열매를 맺지 못해요. 여름에 태풍이 불면 다 자라 가던 사과가 우수수 떨어지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병이 들기 쉬워요. 너무 더운 날이 이어져도 사과가 햇볕에 데거나 색이 곱게 들지 않아요. 가을에 갑자기 얼음덩이인 우박이 쏟아지면 사과 겉에 멍이 들고 상처가 나서, 제값을 받기 어려워요. 이런 해에는 거둘 수 있는 사과가 줄어서 공급이 줄어들어요.
요즘에는 기후가 바뀌면서 사과를 기르는 곳도 달라지고 있어요. 사과는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과일이에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예전보다 더 북쪽이나 높은 곳에서 사과를 기르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해요. 날씨가 바뀌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과일과 그 값도 함께 달라질 수 있어요.
줄다리기처럼 정해지는 값
물건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줄다리기를 하듯 정해져요.
사과는 10상자인데 사려는 사람이 20명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사과를 꼭 사고 싶은 사람은 돈을 더 내더라도 사려고 할 거예요. 그러면 값이 올라가요. 반대로 사과는 20상자인데 사려는 사람이 10명뿐이라면, 파는 사람은 사과가 남지 않게 값을 내려서라도 팔려고 하겠지요.
정리하면 이래요.
-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물건이 줄어들면 → 값이 올라요.
- 사려는 사람이 적어지거나 물건이 많아지면 → 값이 내려요.
| 이런 일이 생기면 | 수요·공급 | 사과 값 |
|---|---|---|
| 추석을 앞두고 사과를 찾는 사람이 늘어요 | 수요가 늘어요 | 올라요 |
| 여름 태풍에 사과가 많이 떨어졌어요 | 공급이 줄어요 | 올라요 |
| 추석이 지나 찾는 사람이 줄어요 | 수요가 줄어요 | 내려요 |
| 늦게 익은 사과가 한꺼번에 나와요 | 공급이 늘어요 | 내려요 |
| 저장해 둔 사과를 시장에 풀어요 | 공급이 늘어요 | 덜 올라요 |
추석 무렵에는 사려는 사람은 크게 늘었는데 사과는 쉽게 늘지 않으니까 값이 오르는 거예요. 추석이 지나 찾는 사람이 줄고 늦게 익은 사과가 시장에 많이 나오면, 값이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사과가 우리 집에 오기까지
과수원에서 딴 사과는 어떤 길을 거쳐 우리 집 식탁에 올까요? 농부는 거둔 사과를 크기와 모양에 따라 골라 상자에 담아요. 그다음 많은 사과가 서울 가락시장 같은 큰 도매 시장으로 보내져요. 도매 시장에서는 여러 상인이 모여 사과 상자마다 값을 불러요. 가장 높은 값을 부른 상인이 사과를 사 가지요. 이런 방법을 경매라고 해요.
상인들은 사 온 사과를 동네 과일 가게나 큰 마트로 보내고, 우리는 그곳에서 사과를 사요. 사과가 옮겨질 때마다 차에 싣고 나르는 값, 포장하는 값, 가게를 운영하는 값이 조금씩 더해져요. 그래서 우리가 가게에서 내는 사과 값은 농부가 받는 돈보다 높아요. 농부와 사는 사람을 직접 이어 주는 장터나 인터넷 판매가 생긴 것도 이런 과정을 줄여 보려는 노력이에요.
알아 두기
도매 시장의 경매에서 정해지는 값은 날마다 달라요. 그날 들어온 사과가 많으면 값이 내려가고, 적으면 올라가요. 그래서 도매 시장의 사과 값을 보면 지금 수요와 공급이 어떤지 가장 빨리 알 수 있어요.
값은 알려 주는 신호예요
가격은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해요. 사과 값이 오르면 농부들은 "사과를 찾는 사람이 많구나." 하고 알게 돼요. 그래서 다음 해에는 사과나무를 더 정성껏 가꾸거나, 사과가 많이 필요한 때에 맞추어 내놓을 준비를 해요. 사과를 사는 사람들도 값을 보고 지금 살지, 조금 기다렸다 살지를 정하지요. 이렇게 가격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에게 지금 시장이 어떤지 알려 주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신호를 따르다 보면 뜻밖의 일이 생기기도 해요. 사과 값이 비싸다는 소식에 많은 농부가 한꺼번에 사과나무를 새로 심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몇 해 뒤 그 나무들이 한꺼번에 열매를 맺으면 이번에는 사과가 너무 많아져서 값이 뚝 떨어질 수 있어요. 농사는 심고 거두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지금의 값만 보고 정하면 이렇게 엇갈리기 쉬워요. 그래서 농부들은 여러 해의 흐름을 함께 살피며 무엇을 얼마나 심을지 정해요.
대신할 물건이 있으면
사과 값이 많이 오르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어떤 사람은 사과 대신 배나 감, 귤처럼 다른 과일을 사요. 이렇게 서로 대신해서 쓸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한 물건의 값이 오를 때 다른 물건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요. 그러면 사과를 찾는 사람이 줄어서 사과 값이 끝없이 오르지는 않아요.
반대로 대신할 물건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사과를 꼭 올리려는 집이 많은 차례상처럼 말이에요. 이럴 때는 값이 올라도 사과를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지 않아요. 그래서 명절 바로 앞에는 값이 더 가파르게 오르기도 해요.
값을 안정시키는 방법도 있어요
과일 값이 너무 많이 오르면 사람들이 곤란해요. 그래서 명절을 앞두고 나라에서 미리 저장해 둔 농산물을 시장에 더 내놓기도 해요. 공급을 늘려서 값이 지나치게 오르지 않게 하려는 거예요. 농부들은 온도와 공기를 알맞게 맞춘 저장고에 사과를 넣어 두었다가 필요한 때 조금씩 내놓기도 해요.
나라에서는 날마다 여러 농산물의 값을 조사해서 누구나 볼 수 있게 알려 주기도 해요. 사는 사람은 값을 비교해 알맞은 때에 살 수 있고, 파는 사람은 지나치게 비싸게 팔기 어려워져요. 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두가 알면, 시장이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것을 조금은 막을 수 있어요.
사과 값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사과 값이 오르면 농부는 부자가 되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날씨가 나빠 거둔 사과가 적으면, 한 상자 값이 올라도 팔 수 있는 상자가 적어서 농부가 버는 돈이 늘지 않을 수 있어요.
같은 사과인데 왜 크기마다 값이 달라요?
크고 모양이 고른 사과는 선물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서 값이 더 비싸요. 작은 사과는 맛이 같아도 값이 싼 편이에요.
외국 사과를 사 오면 값이 내려가지 않나요?
사과에 묻어 온 해충이나 병이 우리 과수원에 퍼질 수 있어서, 우리나라는 외국 사과를 쉽게 들여오지 않아요.
다른 물건값도 마찬가지예요
수요와 공급의 줄다리기는 사과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김장철이 다가오면 배추와 무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 값이 들썩이곤 해요. 여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채소밭이 물에 잠기면 채솟값이 오르기도 하지요. 반대로 한 가지 채소가 너무 많이 나온 해에는 값이 크게 떨어져서, 농부들이 애써 기른 채소를 팔지 못해 걱정하기도 해요.
농산물이 아닌 물건도 비슷해요. 인기 있는 장난감이 새로 나오면 사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금방 동이 나요. 이럴 때 웃돈을 붙여 되파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지나 인기가 식으면 같은 장난감을 할인해서 팔기도 해요. 주변에서 값이 오르거나 내린 물건을 찾아, 그 까닭이 수요 쪽인지 공급 쪽인지 따져 보세요.
교실에서 해 보는 시장 놀이
수요와 공급은 놀이로도 알아볼 수 있어요. 먼저 친구 몇 명은 파는 사람, 나머지는 사는 사람이 되어요. 파는 사람은 색종이로 만든 사과 카드를 나누어 갖고, 사는 사람은 놀이용 돈을 똑같이 나누어 가져요. 그리고 서로 값을 흥정해서 사과 카드를 사고팔아 보는 거예요.
첫 번째 놀이가 끝나면 사과 카드를 절반으로 줄이고 다시 해 보세요. 첫 판과 둘째 판에 카드가 팔린 값을 칠판에 나란히 적어 비교해 보세요. 이번에는 사는 사람을 두 배로 늘려서 해 보아요. 놀이를 몇 번 되풀이하면, 물건이 적거나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 값이 오른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생각을 나누어 보아요
사과 값이 오르면 누구에게는 좋고 누구에게는 어려울까요? 사과를 사는 가족은 부담이 커져요. 하지만 사과를 기르는 농부에게는 한 해 동안 애쓴 만큼 제값을 받을 기회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날씨가 나빠 수확한 사과가 적으면, 값이 올라도 농부의 살림이 넉넉해지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나라에서 사과 값이 오르지 못하게 딱 정해 버리면 어떨까요? 사는 사람은 편하겠지만, 농부가 애쓴 만큼 돈을 받지 못해 사과 농사를 그만둘 수도 있어요. 그러면 다음 해에는 사과가 더 부족해질지 몰라요. 반대로 값을 시장에만 맡겨 두면 명절마다 사과를 사기 어려운 가족이 생길 수 있어요. 어느 쪽이 더 좋은 방법일지, 두 방법을 함께 쓸 수는 없을지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라면 과일 값이 많이 올랐을 때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사과 대신 다른 과일을 사는 사람도 있고, 양을 조금 줄이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이런 선택들이 모이면 수요가 바뀌고, 그 변화가 다시 값에 영향을 줘요. 가족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