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에서 가장 바쁜 동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다람쥐예요. 볼이 불룩해질 만큼 도토리를 물고 이리저리 뛰어다니지요. 다람쥐는 그 많은 도토리를 어디에 숨기고, 다 찾아 먹기는 할까요?

겨울을 위한 도토리 저금통

겨울이 되면 숲에는 먹을 것이 크게 줄어들어요. 그래서 다람쥐는 가을 동안 도토리와 같은 나무 열매를 모아 저장해 둬요. 다람쥐는 한곳에 모아 두기도 하지만, 땅을 조금씩 파고 여기저기 나누어 묻기도 해요. 한곳에 모두 두었다가 다른 동물에게 들키면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다람쥐는 아무 도토리나 가져가지 않아요. 벌레 먹은 도토리는 금방 썩기 쉬워서, 되도록 단단하고 속이 꽉 찬 도토리를 골라 모아요. 가을 내내 이렇게 부지런히 오가며 겨울 동안 먹을 도토리를 조금씩 늘려 가요. 마치 저금통에 동전을 하나씩 넣는 것처럼요.

볼주머니에 쏙쏙

다람쥐의 볼 안쪽에는 먹이를 잠깐 담아 둘 수 있는 볼주머니가 있어요. 그래서 도토리나 밤을 볼 가득 넣고도 달릴 수 있지요. 볼이 불룩한 다람쥐는 먹이를 입에 물고 숨길 곳으로 옮기는 중이에요. 알맞은 곳을 찾으면 앞발로 흙을 파고, 볼을 눌러 꺼낸 열매를 넣은 뒤, 다시 흙과 낙엽을 덮어 감쪽같이 숨겨요. 다람쥐는 단단한 도토리 껍질을 앞니로 갉아서 까요. 다람쥐의 앞니는 평생 자라요. 딱딱한 열매를 갉아 먹다 보면 앞니가 알맞게 닳아서 너무 길어지지 않아요.

다람쥐의 겨울나기

우리나라 숲에 사는 다람쥐는 겨울이 되면 땅속 굴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요. 다람쥐의 굴은 땅속으로 길게 이어지고, 먹이를 모아 두는 곳과 잠자는 곳이 따로 있기도 해요. 몸을 동그랗게 말고 깊이 잠들었다가, 가끔 깨어나서 굴 안에 모아 둔 먹이를 먹고 다시 잠들어요. 그리고 봄이 오면 굴 밖으로 나와요. 겨울잠을 자는 동안 다람쥐는 숨도 천천히 쉬고 몸도 차가워져요. 이렇게 힘을 아껴야 먹이가 적은 긴 겨울을 버틸 수 있어요. 그래서 가을에 먹이를 넉넉히 모아 두는 일이 다람쥐에게는 무척 중요해요.

그런데 나무 위에서 사는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아요. 청설모는 추운 겨울에도 숲을 돌아다니며 가을에 숨겨 둔 먹이를 찾아 먹지요. 둘 다 도토리를 좋아하지만 겨울을 나는 방법은 서로 달라요.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는 굴 안에 먹이를 많이 모아 두고, 겨울에도 돌아다니는 청설모는 주로 흩어 묻어 둔 먹이를 하나씩 찾아 먹어요. 어떻게 겨울을 나느냐에 따라 먹이를 모으는 방법도 달라지는 셈이에요.

다람쥐와 청설모, 이렇게 달라요

  • 다람쥐는 몸집이 작고, 등에 까만 줄무늬가 다섯 줄 있어요. 땅 위를 자주 다니고, 겨울잠을 자요.
  • 청설모는 다람쥐보다 몸집이 훨씬 크고, 털이 잿빛이나 짙은 갈색이에요. 줄무늬가 없고 귀 끝에 긴 털이 나 있어요. 주로 나무 위에서 살고, 겨울잠을 자지 않아요.

도토리를 숨기는 또 다른 친구

도토리를 숨기는 동물은 다람쥐만이 아니에요. 까마귀와 친척인 새, 어치도 가을이면 도토리를 부리에 물고 날아가 땅이나 낙엽 밑에 숨겨요. 어치는 날개에 파란 줄무늬가 있는 새로,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재주도 있어요. 어치도 숨겨 둔 도토리를 모두 찾아 먹지는 못해요. 그래서 어치 역시 참나무를 멀리 퍼뜨리는 숲의 일꾼이에요. 어치는 날개가 있어서 다람쥐보다 훨씬 먼 곳까지 도토리를 옮기기도 해요.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 형제

도토리는 한 가지 나무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에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통틀어 참나무라고 불러요. 우리 숲에서 흔히 보는 참나무에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가 있어요. 나무마다 도토리의 크기와 모양, 도토리를 감싼 깍정이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요. 상수리나무 도토리는 크고 동그랗고, 깍정이가 곱슬곱슬한 비늘로 덮여 있어요. 졸참나무 도토리는 작고 길쭉해서 금방 알아볼 수 있어요. 숲에서 도토리를 보면 어느 참나무에서 떨어졌을지 짐작해 보세요.

도토리는 사람에게도 먹을거리였어요. 옛날부터 사람들은 도토리 가루로 묵을 쑤어 먹었어요. 도토리에는 떫은맛이 나는 성분이 있어서, 물에 오래 담가 떫은맛을 빼야 먹을 수 있어요.

잊어버린 도토리

다람쥐가 잊어버린 도토리가 봄에 싹을 틔워요

다람쥐는 냄새와 기억을 이용해 묻어 둔 도토리를 다시 찾아 먹어요. 커다란 나무나 바위처럼 눈에 띄는 것을 표시 삼아 숨긴 곳을 기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곳에 묻다 보니, 모든 도토리를 다 찾지는 못해요.

찾지 못한 도토리는 땅속에서 겨울을 보내요. 그리고 봄이 오면 그중 일부가 싹을 틔워 어린 참나무로 자라요. 도토리는 참나무의 씨앗이거든요. 어린 참나무가 커다란 나무가 되려면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려요. 햇빛과 비, 흙 속 물과 거름을 받으며 해마다 조금씩 자라서, 여러 해가 지나야 비로소 도토리를 맺을 수 있어요. 엄마 나무 바로 밑에 떨어진 도토리는 그늘이 짙어서 잘 자라기 어려워요. 다람쥐가 햇빛이 드는 곳에 묻어 둔 도토리가 오히려 튼튼하게 자랄 수도 있어요.

다람쥐가 잊어버린 도토리 한 알이 언젠가 커다란 참나무가 될 수 있어요.

숲을 키우는 작은 정원사

다람쥐는 나무를 심으려고 도토리를 묻은 게 아니에요. 하지만 다람쥐 덕분에 참나무 씨앗이 엄마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옮겨져서 새 숲이 넓어지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다람쥐를 '숲을 키우는 작은 정원사'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참나무도 다람쥐에게 도움을 줘요. 해마다 도토리를 내어 주어 다람쥐가 겨울을 날 수 있게 하지요. 다람쥐와 참나무는 서로 돕고 사는 사이예요. 참나무는 해마다 도토리를 똑같이 많이 맺지 않아요. 어떤 해에는 도토리가 아주 많이 열리고, 어떤 해에는 조금만 열려요. 도토리가 많이 열린 해에는 다람쥐가 다 먹지 못할 만큼 남아서, 싹을 틔울 도토리도 그만큼 많아져요. 숲속에서는 이렇게 동물과 식물이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요. 다람쥐가 사라지면 참나무가 멀리 퍼지기 어렵고, 참나무가 사라지면 다람쥐도 겨울을 나기 어려워요. 둘 중 하나만 없어져도 숲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을 산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보면 주워 가고 싶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도토리는 다람쥐, 어치, 멧돼지 같은 숲속 동물들의 소중한 겨울 먹이예요. 사람들이 도토리를 많이 주워 가면 동물들이 겨울을 나기 어려워져요. 도토리는 눈으로만 보고 숲에 그대로 두세요. 숲에서 다람쥐를 만나면 먹이를 주지 말고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세요. 사람이 먹는 과자는 다람쥐 몸에 해로워요. 대신 떨어진 도토리를 살펴보며 깍정이 모양을 비교하거나, 도토리가 몇 개나 떨어져 있는지 세어 보는 건 어떨까요? 도토리를 숲에 두면 다람쥐가 겨울을 나고, 어쩌면 새 참나무로 자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