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발밑에 도토리가 데구루루 굴러다녀요. 그 작은 도토리 한 알이 언젠가 큰 참나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오늘은 도토리를 심어 세상을 바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할게요.
어떤 책일까요?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가 쓴 짧은 이야기예요. 우리나라에도 여러 출판사에서 그림책과 동화책으로 나와 있어서 쉽게 찾아 읽을 수 있어요. 얇은 책이라 하루 저녁이면 다 읽을 수 있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속에 오래 남는 책이에요.
이 이야기 속 도토리는 참나무의 열매예요. 우리 숲에서도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같은 참나무 무리가 가을이면 도토리를 떨어뜨려요. 도토리가 싹을 틔워 큰 나무가 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려요. 이 책의 양치기는 그 긴 시간을 믿고 날마다 도토리를 심은 셈이에요.
작가 장 지오노는 누구일까요?
장 지오노는 1895년 프랑스 남쪽 프로방스 지방의 작은 도시 마노스크에서 태어났어요. 젊은 시절에는 은행에서 일하며 글을 썼고, 평생 고향 가까이에 살면서 그 땅의 산과 들, 농부와 양치기의 이야기를 많이 썼어요. 햇볕이 강하고 바람이 거센 프로방스의 자연은 그의 작품 곳곳에 살아 있어요.
지오노는 젊은 시절 전쟁에 나가 싸우며 전쟁의 끔찍함을 직접 겪었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자연을 아끼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짙게 배어 있어요. 『나무를 심은 사람』에도 파괴가 아니라 무언가를 가꾸고 살리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지요.
바람만 부는 땅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는 한 젊은이가 프랑스 남쪽의 높은 산악 지대를 혼자 걸어서 여행하는 데서 시작해요. 그곳은 나무도 풀도 거의 없는 황무지였어요. 마을은 버려져 있고, 샘물은 말라 있고, 거센 바람만 불었지요.
목이 말라 헤매던 젊은이는 그곳에서 한 양치기를 만나요. 양치기는 말수가 적었지만 젊은이에게 물을 주고 하룻밤 머물게 해 주었어요.
그날 밤, 젊은이는 신기한 모습을 보았어요. 양치기가 도토리 한 무더기를 탁자에 쏟아 놓고, 하나하나 살펴보며 좋은 도토리만 골라내는 거예요. 금이 가거나 작은 것은 빼고, 튼튼한 것으로 딱 백 개를 세어 두었지요.
날마다 도토리 백 알
다음 날, 양치기는 양 떼를 몰고 나가면서 긴 쇠막대를 들고 갔어요. 그리고 땅에 쇠막대로 구멍을 내고, 도토리를 한 알 넣고, 흙을 덮었어요. 그렇게 날마다 도토리를 심었어요.
그 땅은 양치기의 땅도 아니었어요. 누가 시킨 일도, 돈을 받는 일도 아니었지요. 양치기는 이 땅에 나무가 없어서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묵묵히 나무를 심기로 한 거예요.
심은 도토리가 모두 나무가 되지는 않았어요. 쥐가 먹어 버리기도 하고, 싹이 텄다가 말라 버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양치기는 멈추지 않았어요. 실패한 도토리를 탓하지 않고, 다음 날 또 백 알을 골라 심었지요.
오늘 한 일은 작아 보여도, 날마다 쌓이면 풍경이 바뀌어요.
그 뒤로 오랜 세월이 흘러요. 그사이 세상에는 큰 전쟁이 두 번이나 지나가요. 젊은이는 몇 번이나 그 땅을 다시 찾아가요. 그때마다 무엇을 보게 되는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가슴이 뭉클해질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 좋은 까닭
이 책은 아주 조용한 이야기예요. 싸움도, 모험도, 요란한 사건도 없어요. 그런데도 읽고 나면 '꾸준함'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느끼게 돼요. 도토리 한 알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날마다 쌓이면 이야기의 풍경 전체가 달라져요.
또 이 책은 나무와 숲이 사람의 삶과 얼마나 깊이 이어져 있는지도 보여 줘요. 나무가 자라면 흙이 붙잡히고, 물이 모이고, 그곳에 생명이 모여들지요. 책을 읽을 때는 젊은이가 그 땅을 찾아갈 때마다 풍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여겨보세요. 바람 소리, 물소리,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적어 가며 읽으면, 한 사람의 꾸준함이 풍경을 바꾸어 가는 모습이 더 또렷하게 보일 거예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예요. 그런데 너무 생생해서 많은 사람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믿었다고 해요. 그만큼 이야기의 힘이 크다는 뜻이겠지요.
알아 두기
장 지오노는 이 이야기로 돈을 벌려 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옮기고 펴낼 수 있게 저작권을 내려놓았다고 전해져요. 1987년에는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데리크 바크가 이 이야기를 부드러운 색연필 그림의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이 작품은 아카데미상을 받았어요.
나무가 하는 일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무가 하는 일이 새삼 크게 보여요. 나무뿌리는 흙을 움켜쥐어 비가 와도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게 해요. 떨어진 잎은 쌓이고 썩어 기름진 흙이 되지요.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땅이 덜 마르고, 그 덕분에 풀과 작은 생물이 살 수 있어요.
우리 곁의 나무를 심은 사람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산도 한때는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 많았어요. 오랜 세월 땔감을 구하려고 나무를 베고, 전쟁까지 겪으면서 산이 헐벗었거든요. 그 뒤 수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꾼 덕분에, 지금 우리는 푸른 산을 보며 살고 있어요.
해마다 4월 5일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뜻을 되새기는 식목일이에요. 오늘 우리가 걷는 가을 숲도 누군가 묵묵히 심고 돌본 나무들이 자란 것일지 몰라요. 숲길을 걸을 때 그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인사해 보세요.
나도 도토리를 심어 볼까요?
책 속 양치기처럼 도토리를 심어 볼 수도 있어요. 공원이나 학교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몇 알만 주워 와요. 숲의 도토리는 동물들의 먹이이니 욕심내지 말고 조금만 가져와요. 도토리를 물에 담가 보면 속이 꽉 찬 것은 가라앉고, 벌레 먹거나 속이 빈 것은 떠요. 가라앉은 도토리를 골라 쓰면 싹이 틀 가능성이 높아요.
흙을 담은 화분에 도토리를 옆으로 눕혀 손가락 한 마디 깊이쯤 묻고, 흙이 마르지 않게 가끔 물을 줘요. 겨울 동안 서늘한 베란다에 두고 기다리면 봄에 뿌리가 먼저 나오고 뒤이어 작은 싹이 올라와요. 양치기처럼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읽고 나서 생각해 봐요
- 양치기는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날마다 했을까요?
- 내가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화분에 물 주기, 영어 낱말 하나 외우기처럼 작은 일도 좋아요.
- 우리 동네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면 어디에 심고 싶나요? 그 나무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올가을 숲에서 도토리를 주우면, 이 책의 양치기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손바닥 위의 작은 도토리가 조금 다르게 보일 거예요.
